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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속 나의 족보, 그 시작과 끝 — 「별의 자식」 시리즈 2부 본문
빛에서 별로, 별에서 나로

도입 — 사라지는 것은 정말 하나도 없을까
1부에서 나는 내가 '굳어버린 에너지'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런데 받아들이자마자 다음 질문이 따라왔다.
이 에너지는 어디서 와서, 결국 어디로 가는 걸까?
쌍소멸로 사라진 전자와 양전자는 빛이 되어 어디론가 날아갔다. 그 빛이 무언가에 부딪혀 흡수되면? 또 그 무언가가 식으면? 한참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의심이 든다. 이러다 에너지가 어디선가 그냥 '없어져' 버리는 순간이 오는 건 아닐까?
답부터 말하면 — 아니다. 그 어느 단계에서도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다만 끝없이 옷을 갈아입을 뿐이다.
1. 사라지는 것은 없다 — 에너지 보존과 엔트로피
학교에서 우리는 '질량 보존의 법칙'을 배웠다. 그런데 사실 그건 정확한 법칙이 아니다. 화학 반응에서는 질량 변화가 너무 작아서 보존되는 것처럼 보일 뿐, 우주가 진짜로 철통같이 지키는 법칙은 에너지 보존이다. (1부에서 봤듯, 질량도 결국 에너지의 한 형태니까.)
그러니 빛이 흡수되어도 그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는다. 빛을 흡수한 물질 속 원자들의 운동 에너지로 넘어간다. 그리고 여기서 작은 깨달음 하나 — '열'이라는 건 사실 미시적인 운동 에너지다. 무언가가 뜨거워진다는 건, 그 안의 원자들이 더 격렬하게 떨고 있다는 뜻이니까.
그럼 그 운동 에너지가 중력에 부딪혀 사라지면? 공을 위로 던져 보자. 올라갈수록 느려지며 운동 에너지가 줄어든다. 사라진 걸까? 아니다. 그 에너지는 '높이'라는 형태로 저금됐을 뿐이다. 공이 다시 떨어지면 정확히 그만큼 운동 에너지로 돌아온다. 합계는 1줄도 변하지 않는다.
이렇게 에너지는 영원히 모양만 바꾸며 돌고 돈다.
빛 → 운동 → 열 → 위치 에너지 → 다시 운동 → ⋯
다만 한 가지 경향은 있다.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지만, 점점 흩어지고 쓸모없어진다. 뜨거운 커피가 식어 주변과 미지근해지는 것처럼. 양은 그대로인데 '써먹기 좋은 상태'에서 '골고루 퍼진 상태'로 흘러간다. 이것이 엔트로피다.
그리고 이 흐름을 우주 전체에, 무한한 시간에 걸쳐 끝까지 밀어붙이면 — 도달하는 곳이 **빅 프리즈(열죽음)**다. 별은 모두 타버리고, 새 별도 생기지 않고, 마지막엔 블랙홀마저 천천히 증발한다. 어디에도 에너지의 차이가 남지 않아, 더는 아무 일도 일어날 수 없는 우주. 절대영도에 가까운, 텅 비고 차갑고 영원히 고요한 어둠. 지금으로선 우주의 가장 유력한 결말이다.
💬 여담: 사실 '우주 전체'의 에너지 보존은 묘한 구석이 있다. 우주가 팽창하면서 먼 은하의 빛은 파장이 늘어나며 에너지를 잃는데(적색편이), 그 에너지가 어디로 갔는지 깔끔하게 설명되지 않는다. 일반상대성이론에선 우주 규모의 에너지 보존이라는 개념 자체가 명확히 정의되지 않는다. 동네 공놀이에선 답이 분명하지만, 우주 규모에선 아직 토론 중인 영역이다.

2.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 10억분의 1의 기적
이제 시간을 거꾸로, 우주의 맨 처음으로 돌려보자.
빅뱅 직후의 우주는 상상도 못 할 만큼 뜨거웠다. 너무 뜨거워서 안정적인 '물질'이란 게 존재할 수 없었다. 그저 펄펄 끓는 에너지 덩어리였다. 그 안에서 빛은 끊임없이 입자와 반입자 쌍을 만들어냈고(1부의 E=mc²이 거꾸로 작동), 그 쌍은 곧바로 만나 다시 빛으로 소멸했다. 만들어지고, 사라지고, 또 만들어지고.
이때 물질과 반물질은 거의 정확히 같은 양으로 생겨났다. 그런데 둘이 만나면 쌍소멸한다. 만약 완벽하게 50대 50이었다면? 모든 것이 소멸해 우주엔 빛만 남고, 물질이라곤 단 하나도 없었을 것이다. 별도, 지구도, 나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무슨 이유에선지, 물질이 10억분의 1만큼 더 많았다. 반물질 10억 개당, 물질이 10억 하고도 1개. 우주가 식으면서 거대한 대소멸이 일어났고, 모든 반물질이 짝을 찾아 사라진 뒤 — 짝을 못 찾은 그 '1개'의 물질만이 살아남았다.
그 10억분의 1의 잔여물이, 지금 우주의 모든 물질이다. 모든 은하, 모든 별, 그리고 나까지.
증거도 하늘에 찍혀 있다. 지금 우주에는 물질 입자 하나당 광자가 약 10억 개 떠다닌다(우주배경복사). 이것이 바로 그 대소멸의 '재'다. 10억은 빛으로 돌아갔고 1개만 물질로 남았다는 비율이, 지금도 온 하늘에 새겨져 있는 것이다.
그런데 — 왜 물질이 아주 조금 더 많았는가? 이건 아직 아무도 풀지 못했다. 물리학이 가진 가장 큰 미스터리 중 하나이고, "우리가 왜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에 현대 과학은 아직 완전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3. 빛에서 별로, 별에서 나로 — 나의 족보
나는 천문학을 좋아하면서, 막연히 우리가 '별의 파편'이라고 생각해 왔다. 우리 몸을 이루는 원소들은 단순한 핵융합으로 뚝딱 만들어지는 게 아니니까, 우리는 태양의 형제이자 항성의 자녀라고. 그 생각은 — 정확했다. 다만 진실은 거기서 한 층 더 깊은 곳까지 이어진다.
빅뱅이 직접 만든 원소는 사실 가장 가벼운 것들뿐이었다. 수소, 헬륨, 그리고 아주 약간의 리튬. 그게 전부였다. 우주는 너무 빨리 식어서 그 이상 무거운 원소를 만들 시간이 없었다.
그래서 내 몸의 탄소, 뼈의 칼슘, 피 속의 철 같은 무거운 원소들은 빅뱅이 만들지 못했다. 이것들은 전부 별 내부의 핵융합과, 별이 죽을 때의 초신성 폭발·중성자별 충돌에서 빚어졌다. 그리고 그 별이 죽으며 흩뿌린 잔해에서 새로운 별과 행성이 태어났다.
그러니 내 족보를 거슬러 올라가면 이렇게 된다.
- 빅뱅의 빛 — 모든 것의 시작
- → 굳어버린 물질 (10억분의 1의 생존자)
- → 수소와 헬륨 (빅뱅이 직접 준 태초의 원소)
- → 별 (그 수소를 태워 무거운 원소를 빚어낸 용광로)
- → 별의 잔해 (죽은 별이 흩뿌린 먼지)
- → 나 (그 먼지가 다시 모여 깨어난 존재)
칼 세이건의 말처럼, 우리는 별의 먼지로 만들어졌다. 태양은 부모라기보다 같은 구름에서 태어난 형제이고, 진짜 부모는 태양보다 먼저 살다 죽어간 윗세대의 별들이다.
빅뱅에서 시작된 그 빛이, 결국 우리 은하와 태양과 지구와 — 그리고 나를 이루는 모든 물질의 근원이었던 것이다

다음 편에서
여기까지가, 과학이 알려준 사실이다. 나는 빅뱅의 빛에서 와서, 대소멸을 살아남고, 별의 용광로를 거쳐 지금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이 사실들을 알고 나면, 머릿속만 채워지는 게 아니라 — 마음에 무언가가 남는다. 어떤 날은 그게 까마득한 공포처럼, 어떤 날은 벅찬 경외처럼 다가온다.
마지막 편에서는, 이 모든 진실이 한 인간에게 무슨 의미인지를 이야기하려 한다. 코스믹 호러와 경외 사이에서, 허무주의에 빠지지 않고 내가 찾은 답에 대해.
— 「별의 자식」 시리즈, 3부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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